5월에서 6월까지는 로제트 학원이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자랑하는 때입니다. 여러 종류의 장미꽃이 만발한 장미관의 모습은 사람들이 일부러 길을 돌아 보러 올 만큼 장관을 이룹니다.
장미울 아래에는 귀여운 작은 딸기들도 자라고 있어요.
로제트 학원의 모두는 저마다 자신만의 장미를 하나씩 마음속으로 정해 놓고 이야기 하는 것을 좋아해요.
매년 이 시기가 오면, 휴식시간마다 장미관을 산책하면서 자신이 좋아하는 장미꽃에 대해 낭만적인 상상을 늘어놓는 소녀들의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저는 장미관 입구에 피어있는 스위트 브라이어를 가장 좋아해요. 화려하지 않지만 달콤한 분홍빛과 향기가 행복한 상상을 하게 해주거든요.
언제나 반가운 얼굴로 나를 맞아주는 작고 귀여운 여동생 같은 장미에요.
학생회장인 피르는 승마가 특기고, 상식도 풍부하지만, 장미에 대해서도 조예가 깊어요.
저에게, 제가 아는 사람 중 특히 장미와 어울리는 숙녀를 꼽으라고 한다면 저는 피르를 택하겠어요.
피르는 그녀가 키우고 있는 ‘마가렛 메리’를 닮았어요.
긍지 높은 하얀색 꽃잎이 화사하게 펼쳐진 ‘마가렛 메리’는 많은 영국인이 사랑하는 멋진 꽃이죠.
꼭 피르처럼 말이에요.
피르는 항상 그 해 처음 핀 마가렛 메리를 가슴에 꽂고 말을 달리곤 하는데, 그건 정말 멋진 광경이랍니다.
피르의 말 ‘에드워드’는 반짝이는 쵸콜렛색 털과 검은색 갈기를 가진 아름다운 말이에요.
피르는 항상 애정이 듬뿍 담긴 눈으로 에드워드의 목을 쓰다듬곤 하지요.
에드워드의 등에 올라타고 진지한 표정으로 말을 달리는 피르의 모습은 정말 활짝 핀 백장미 같답니다.
봄이 되면, 많은 친구들이 피르가 그녀의 장미와 함께 말을 달리는 모습을 보는 것을 기대한답니다. 우리들만의 작은 비밀 축제인 셈이에요.
올 해는 봄이 다 지나도록 아직 우리들의 작은 행사가 한 번도 이루어지지 않았어요.
피르는 요즘 들어 부쩍 에드워드와 함께 있는 시간이 늘었지만, 로제트에서 말을 달리는 모습은 보이지 않네요.
주말마다 에드워드를 데리고 어딘가를 다녀오긴 하지만, 평소에는 교정에서 가벼운 산책만을 할 뿐입니다.
장미의 계절이 끝나기 전에 그 아이가 달리는 모습을 보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