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로제트 학원은 집과도 같습니다. 많은 자매들이 함께 생활하는 대저택인 셈이지요.
사실 우리들 대부분은 거의 집을 떠나 생활해 본 적이 없기 때문에 기숙사 생활에 적응하는데, 조금 시간이 걸렸어요.
기숙사에서 보내는 첫 밤에는 쉽게 잠이 들 수가 없었답니다. 낯선 잠자리 때문이기도 했지만, 벽 너머로 옆 방의 친구가 훌쩍이는 소리가 들려와서 마음이 불안했거든요.
이튿날 밤에도 어둡고 조용한 복도에 나직이 깔리는 제 옆 방 친구의 흐느낌 소리 때문에 잠을 못 이룬 친구들이 여럿 나타났죠. 우리는 그 때 서로를 잘 알지 못했기 때문에 그냥 내버려 두면 나아질 거라고만 생각했지 이 문제에 대해서 대화해 보지 않았어요.
하지만 그렇게 일주일이 흐르자 모두 수면부족에 시달리기 시작했어요. 문학시간에 방금 자기가 졸면서 꾼 꿈 이야기를 읊는 친구가 있는가 하면, 미술시간에는 형체를 알아보기 힘든 이상한 그림들이 여럿 등장하고, 수학시험지에는 이상한 기호가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그 날도 밤은 어김없이 찾아왔고 흐느낌도 어김없이 시작되었어요.
저는 한숨을 내쉬며 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 써 보았지만 별 소용이 없었어요. 기숙사는 너무 조용했거든요.
그 때 조용히 방문을 두드리는 노크소리가 들렸습니다. 문 밖에는 피르와 카멜리아, 바이올렛, 마가렛이 서 있었어요. 학생대표인 피르가 다정한 목소리로 로제트 학원의 불면사태를 막기 위해 찾아왔다고 말했지요. 저는 조용히 옆 방을 가리켰죠.
그들이 옆 방으로 들어간 뒤, 흐느낌은 멈추었고 저는 벽 너머로 간간이 들려오는 다정한 다섯 명의 목소리들을 자장가 삼아 잠이 들었어요.
그 날은 로제트 학원의 모두가 숙면을 취할 수 있었답니다.
하지만 피르와 카멜리아, 바이올렛, 마가렛, 그리고 아멜리아 이 다섯사람은 계속 하품을 참기 힘들어서 어쩔 줄을 몰라하는 것을 저는 봤지요. 그렇지만 아멜리아의 눈이 더 이상 눈물로 부어있지는 않았어요.

그 때부터 우리는 종종 서로의 방을 찾아가 보내는 우리만의 비밀스런 하루의 마무리를 즐기게 되었어요. 잠옷 차림으로 복도를 돌아다니거나 몰려다니는 것은 숙녀답지 못한 행동이라고 배웠지만, 이렇게 여러 명의 소녀들끼리 모여서 밤을 보낸다는 것은 로제트 생활 이전에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으니까요.
사실은 선생님도 우리가 밤마다 종종걸음으로 돌아다니는 걸 알고 계신 것 같아요. 아마도 그런 우리들을 모른 척 꾸짖지 않으시는 건 아멜리아가 더 이상 울지 않기 때문인 게 아닐까요?
더 이상 수업시간에 시약을 잘못 섞어 작은 폭발을 일으키거나, 엉뚱한 음악을 연주하거나, 이상한 공식을 쓰는 학생들이 없어졌으니까요.